그분 털
"야 쥐구멍에도 볕뜰 날 있다잖아."
"맞아. 그래서 그 쥐새끼집이 훤해져서 못 숨고 잡혔잖아."
"말이나 되는 소리하고, 근데 이거 내 머리카락 아닌데."
"걍 먹어."
"에이 밥맛 떨어져. 여기요. 사장님."
"야야, 실수인데 차라리 일어나자. 그리고 입맛 떨어진다는 그분 털보단 낫잖아."
"아픈 데 그만 건드려."
시별놈아
"명섭이 이 별난 놈아! 저 별이 무슨 별이냐? "
"별 볼일 없어. 이 시별놈아!"
꼰대짓
" 야 그 노래 기억나냐? 눈물로 쓴 편지라는 노래."
"언뜻."
"가사가 눈물로 쓴 편지는 어쩌구 저쩌구. 근데 눈물로 쓰면 아침에 찢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해. 일종의 이불킥이지. 감정으로 쓰면 안 되고 이성으로 써야지."
"너는 낭만이 없어. 돈만 알지."
"그런 넌 친구한테 꼰대짓하냐."
십새
"명섭이, 이 씹새야. 저 새가 무슨 새냐? "
"음, 저 새 이름은 '저게 무슨 새냐, 이 십새'라는 새인데, 너 그것 몰랐냐. 십새꺄.
그리고 잡새가 어딨냐? 다 학명이 있고 이름이 있지. 너가 모른다고 잡새라고 하면 되겠냐."
"그럼 잡초도?"
공든 탑이 무너진다 / 황새에게
미친새끼(2)
"명섭 씨. 백로봐. 날아간다. 근데 진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갈까?"
"인비테이션이다. 초대도 안 했는 데, 왜 기웃거려. 저 씹새는."
"하여튼 미친." "
"곱게 미친 니가 낳지 뭐."
"얘?"
겉멋 든
"걔 이혼했다면서."
"음, 멋도 모르고 하는 거야. 뭐 그렇잖아."
"그래서 넌 겉멋 든 사람하고 했냐?"
"이 새낀 아픈 데 또 찌르네."
못마땅
"신 시인, 저거 봐. 하여튼간에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는 놈들은 극형에 처해야돼."
"장난이라면서 왜 극형이야."
"흔히 장난친다고 하잖아."
"그것도 문제야. 우선 언론부터 음식 갖고 장난질한다는 표현 쓰면 안돼. 먹고 죽든지 말든지 상관 없이 난 돈만 벌면 된다는 업자들이 장난이라니깐 가볍게 여겨. 아니 무슨 소꿉장난이야. 사람 생명도 걸린 건데. 내 말이 틀려."
"니 말도 일리가 있다."
"이 자식은 평소에 생각해 본 것처럼 말하는 거, 그거 못된 버릇이야. 넌 모르는 거 알려주면 평상시도 그거에 대해서 생각해 본 거처럼 니 말도 일리가 있어."
"그게 불만이었어."
"그럼 니가 다른 설득력있는 것 좀 얘기해봐. 일리 있게."
"그래서 니가 시인하잖아."
"그리고 또 한가지 열이면 열,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대. 아니 땅이 넓다든지, 국토가 넓다든지, 아니면 땅의 크기가 크다라고 하면 되는 돼. 꼭 땅덩어리래. 듣는 미국사람들 기분 안 나쁘겠어. 똥도 기분 나쁜데, 똥덩어리라면 듣기 좋아?"
"참 못마땅한 것도 많다."
낭떠러지
"명섭 씨, 여기 좀 와봐."
"왜?"
"와봐. 여기 좀 박아줘."
"안 박아. 못 박아."
"이런 건 남자가 좀 박아줘야지. 집안 분위기하고 맞나 걸어보게. 근데 무슨 생각한 거야."
"드릴 있어야겠다."
"절벽이라 어제 밤 명섭 씨 성에너지도 쭉쭉 낙하했지."
"뭔 절벽씩이나."
"그럼?"
"낭떠러지."
"이리 와. 한대 맞고 시작하자."
좆까치
"저 까치 좀 봐. 비닐하우스에서 사람 나오길 기다리는 것 같어. 까치도 보통 이상이야."
" 그럼, 그래서 성도 있잖아."
"뭔 성?"
"조 씨야. 어이! 좆까치!"
미친새끼(3)
"밥에 머리카락을 왜 넣어? 머리카락이 뭐가 맛있다고."
"미친 새끼. 주는 대로 먹으세요."
여자 / 신명섭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사람이 없다
여자가 없으면 문명이 없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네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내가 없다
사랑하고 존중해라 즉, 너다
감感아
감아!
왜 익기도 전에
떨어지려고 하는가
아직 때가 아니니
꼭 잡고 매달려 있어라
끈질기게
그렇게!
붉고 뜯기 좋게
흐물거리며
詩에 매달려 있으면
시끄럽게 온 까치들에게
사랑도 줄 수 있지 않는가
* 느낄 감(感)을 과일 감으로, 시(詩)를 감나무를 뜻하는 시(枾)에
차선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 어렵다
차선일 때가 많다
차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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