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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모음(2) / 신명섭

소극시인(이야기 시) 2023. 12. 4. 17:20

미친새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

 

"다홍색, 불그쭉쭉 촌스러."

 

"촌 무시하냐."

 

"그럼 도시는 무시해도 되고. 너도 말장난이 떨어져가. 술 좀 제발. 알콜성 치매가 감도 떨어뜨려.

끄트머리도 끝트머리로 쓰고."

 

"설명하는 내 목소리 내가 들어도 짜증나서 그래."

 

"미친 새끼."

 

 

양산을 우산으로 쓰면 

양산을 우산으로 쓰면 비 오는날 선글라스 낀것 만 못해. 폭우 속에 작은 야외 분수를 켜놓는 짓 만 못하고. 맑은 여름 낮 해수욕장 모래 위에서 촛불 들고 있던 너 만 못해.

 

 

너만 한 아들이 있다 

 

"저 여자하고 나하고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너만 한 아들이 있다."

 

"음, 태어나자마자 애 낳구나."

 

 

무창포 바다에서

눈과 귀를 쉬게 하는 걸 못 참고

폐와 코와 입을 훈제해 대는

검지와 중지를 벌리면

떨어질 몹쓸 것, 담배

 

넌 짝퉁에 있던

분신이 눈에 이어 귀에 붙어지며

눈 뜨면 밤 동안 움추러든 보 터진

오줌 줄기 마냥 뿜는 말빨이

둘을 마주 앉게한다

 

네 개털 신세는

너 먼저 한 득템을 시뮬레이션해

해 질 녘 수평선에

가격을 매겨주는 쇼호스트가 되어

황혼에 취한 널 또 피곤케 한다

 

 

부부는 이심삼체 

 

"신 시인, 옛말에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 틀려. 이심둘체야."

 

"이심둘체?"

 

"아니다. 이심삼체다. 그 놈을 포함해서."

 

"ㅋㅋ"

 

"뭐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살살 갈궈려고 그라인더 썼다 감전 됐어. 찌릿찌릿해."

 

 

윤비시의 말장난 

 

"윤비시 어머님 되시죠?"

 

"어디서 오셨어요?"

 

"면사무소요."

 

"아 전화하셨던 분이시구나."

 

"네."

 

"근데 제가 윤비시는 맞는데요. 우리 엄마는 아닌데."

 

"네에?"

 

"요즘은 선생님이라고 많이들 그러시던데. 윤비시 선생님."

 

"네에."

 

사서 걱정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셔. 

그리고 떡도 없는 사람한테 뭘 바라니.

더군다나 떡집이 어디 있는지. 심지어 떡이 뭔지도 모를 인간한테 뭘, 

하물며 넌 김치도 못 담그잖아. 안 그래?"

 

"그럼 그냥 계속 사 먹어?"

 

빨래 

"어딜 빨어? 세탁기 안에 벗어놓은 내 빤스나 빨아."

 

과식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잖아."

 

"여보세요. 많이 처 드신 귀신은 저승사자가 들고 가기 무거워 끌고 갑니다. 

황천길 질질 끌려 다녀요."

 

식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잖아."

 

"鬼 당해 자식아. 저승사자형들 남녀 안 가려."

 

 

뭐가 불만이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건 여든한 살 넘게 살면 안 좋은 습관도 저절로 고쳐진다는 말인데,

오래 사시길 바란다는 얘기지."

 

"여전하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건 버릇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래. 우리집 개이름이 버릇이잖아. 버릇아 일루와."

 

"명섭아, 뭐가 불만이니."

 

 

그만해라 

 

"건망증이 가장 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누군데?"

 

"소변 볼 때 자기 고추 찾는 남자."

 

"명섭이 쫌 괜찮었어."

 

"가만 있어봐. 내 고추 어디 있어? 내 고추 어디 갔어? 너 내 고추 본 적 있어?"

 

"그만해라."

 

 

압정 

"아무리 불치병이고 관 속에 같이 들어갈 병이라지만 사는 게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발 한번 부탁합니다. 선생님, 제발요."

 

"한번이 두번이지요."

 

"샘, 안 되겠습니까?"

 

"위험감수하시려는데, 안 좋습니다."

 

"정 그러시면 내가 몸은 병신이지만 매일 스테이션까지는 기어서라도 가서 제 의지를 보여드릴

 겁니다. 아니야. 현관까지 갈 자신 있어요. 사람들도 보게."

 

" 그럼 그러세요."

 

"농담 아니야. 시팔. 내가 기필코 침대에서 뛰어내려 기어 간다. 두고 봐."

 

"흥분하지 마시고 욕은 자제하시고. 김 선생, 바닥에 보일러 아니 압정 좀 놔 드려."

 

 

별빛 아래에서 / 신명섭

 

"저는 가끔 해지고 어두워지면 저렇게 별들을 설치한 하나님은 우릴 관람객으로 보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우리도 하나님의 작품에 쓰인 그 흔한 오브제에 지나지 않겠죠. 다만 우리가 별들과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렇다면 흐르는 시간이 우릴 보러 오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우린 순회전시 되는 작품들이면 좋겠어요. 또 농담이지만요. 만약 큰 별이 지금보다 일시적으로 몇 배 밝아진다면 불나방 중에서도 강한 것들은 대거 그별로 향해 날아가지 않을까요. 물론, 도착하기 보단 지쳐서 땅에 떨어지겠지만요. 근데 이 나방들이 도전적인 걸까요? 아니면 달리 유혹에 약한 걸까요. 때론 그래서 저도 별이 더 밝아지길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제가 곤충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제 말이 허무맹랑하죠."

 

 

현타야

 

나는 아는 게 없어

수박 겉 핥기야

근데 수박인 줄 알았더니

호박에 줄 그어놓은 거야

거울을 보니 혓바닥이

먹물로 시커매

 

 

걱정하지마

                             신명섭

 

걱정하지마

해는 내일도 뜬다

다만,

오늘밤 네가

죽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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