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史

'신념'을 가볍게 말해보면 / 신명섭

소극시인(이야기 시) 2023. 12. 7. 12:31

르완다 학살 당시 성난 군중들

 

 

과연 내가 그간 여러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감에 대해 어떻게 느껴왔는가를 르완다 내전 중에 벌어진 후투족에 의한 후투족 중도파와 투치족들의 대학살에 관한 시사주간지의 기사와 사진 보고, 예민한 시절의 쓴 당시 메모에 의미를 다시 두기로 하고 다시금 아래에 적어 본다.

 

『부식 되어 고철에 가까워 보였던 구 소련제 AK-47 소총에는 원래 있던 어깨 끈 대신 아기 기저귀 같은 때 묻은 헝겁이 묶어져 마른 어깨에 걸쳐있었다. 이 총의 주인인 한 '네이티브 아프리칸' 반군의 검고 깊은 눈엔 신념이 가득 차보여 그의 부모, 형제, 친구 등 그만의 신념의 테두리 밖에 머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또한 이 테두리 안은 절단한 사람머리를 나무탁자 위에 올려놓고 미소짓게 하거나, 죽은 적의 몸에서 내장을 꺼내 보란 듯이 펼쳐놓는 짓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행동반경이 된 듯이 보였다. 한편, 이 신념들은 서방 언론 사진기자나 종군 사진가들에게 명성을 갖다 줄 수 있는 퓰리처상의 피사체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진은 백마디 말보다 더 많은 걸 말해 줄 수 있다'라는 강요하는 듯한 흔한 말로.

 

그러나 이런 학살을 자행하는 '아프리칸'은 만행을 거리낌 없이 하게 하는 신념의 당사자가 아니다. 당연히 이 신념을 선동한 자들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헤지고 때 낀 뉴욕 양키스나 찟어진 시카고 불스 티셔츠, 군데군데 구멍난 낡은 군복과 녹슨 철모들을 착용하고 다떨어진 나이키 운동화, 페타이어 등으로 만든 먼지 묻은 슬리퍼 등을 신고서 끌려온 10 대 소년이었을 뿐이다.

 

이 소년병들은 반군들에게 "적의 목숨을 빼았어 버려라."는 세뇌와 명령에 휘둘린 미성년자들 일뿐이며, 자기 영혼이 파괴되는 줄도 모르고, 그저 누런 이를 드러내놓고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마치 람보라도 된 듯이 우쭐 되는 아이일 뿐이다.

 

이건 이미 기아, 에이즈, 말라리아, 부실한 교육혜택으로 내몰린 이 곳과 이들 윗세대들에 의해 만들어진 참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거기에 이 끔찍한 고통마저 무감각하게 하며 평범하게 느끼게 해 주는 그 천인공노할 '신념', 더불어 그 이념들은 신문, 잡지 등에 실리기도 한 AK-47을 든 소년의 사진도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의 여체사진과 마찬가지로 볼 것들이다.

 

아울러, 그래도 이 사진은 '이성적' 그리고 '합리적'이라는 서방 부자나라 국민들에게 보내는 사진을 찍기위해 취하는 포즈, 즉 아프리카 빈국의 무지, 야만성에서 나온 자해로 단순히 보일 수 있겠다...』 

 

르완다 대학살 추모관의 유골들(위키백과 출처)

 

본인 자신 만의 것을 신념에 비롯하면 흔한 타인의 강요, 조종 그리고 배덕, 배신, 배반 또한 요즘 흔히 쓰는 '가스라이팅'에 대해 갖는 조바심은 줄어들 수 있다. 더불어 본인의 건 적절할 때에만 상대편에게 알려야하며, 그 다음에 본인의 몫은 다한 거라 볼 수 있는 유의미도 생긴다고 믿는다.

 

물론, 이건 남의 몫은 남의 것이라 믿는 본인의 것 만들고 난 이후이며 궁극적으로  결국 우리는 내가 늘 생각해 왔던 원효대사의 무리지지리(無理之至理) 불연지대연(不然之大然)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해 본다.